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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부스를 허하라 2017-03-07

(시사인 = 차형석 기자)

마크 트웨인은 ‘프로 금연가’라고 불릴 만하다. “담배를 끊는 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 내가 수천 번이나 해봐서 안다”라는, 이 미국 소설가의 말 때문이다. 자주 금연을 선언하고 은근슬쩍 복귀했던 이로서, 특히 연말이면 그의 말에 공감한다. 프로 금연가의 길은 쉽고도 어렵구나.


지금 일하는 사무실에서 전해지는 담배 관련 일화가 있다. 십수 년 전 일이다. 그때는 사무실에서 흡연이 가능했다. 마감 때가 되면 이곳저곳에서 뿜어내는 연기로 공기가 뿌옜다고 한다. 한 직원이 어느 날 퇴사하면서 대자보를 썼단다. 사무실에서 제발 담배 좀 피우지 말라고. 그 일이 있고 나서 당시 편집국장이 ‘사무실 금연’을 선언했다. 한두 달 지나며 슬금슬금 흡연파들의 은근한 저항이 있었지만 ‘사무실에서는 피우지 말자’는 게 되돌리기 힘든 문화로 굳어져갔다. 회의실 흡연은 허용하자는 절충안이 등장했으나 그마저도 몇 년 후 여럿의 눈총에 의해 ‘금지’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용자(勇者)’를 본 적이 없다.

12월23일부터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이 의무적으로 부착된다. 금연구역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시적 흡연자’라고 위안을 삼는 내가 보기에 금연정책은 사회적 대세다. 박수 치며 환호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받아들일 만하다고 여긴다. 진작부터 보행 중 흡연은 하지 않기로 결심해 골목 구석을 찾아들어간다.

그럼에도 담배 관련 정책이 마뜩잖다. 성인 남성 흡연율(2015년 기준)은 39.3%. 열 명 중 네 명꼴이다. 지난해 담뱃값 인상으로 한 해 담배 관련 세수가 전년 대비 3조6000억원가량 늘었다. 세수가 증가했는데 금연 관련 사업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국민 건강을 걱정하며 담뱃값을 올려 정부의 곳간은 쌓여가는데 막상 금연과 관련해서는 돈을 풀려 하지 않는다.

외국은 어떤가. 잠시 검색해봤다. 일본은 주요 도시에서 길거리 흡연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흡연 부스가 잘 마련되어 있다는 평이 많다. 담배 연기를 마시지 않을 비흡연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흡연자들이 모일 공간을 만드는 ‘분리 대응책’이다. 구글 이미지로 일본의 흡연 부스를 살피니 디자인도 괜찮아 보인다. 이런 게 서울 도심에 생기면 어떨까. 1월1일 또다시 금연을 계획하는 ‘프로 금연가’의 바람이다. 언젠가 돌아오리라는 미련이 남아 해보는 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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